top of page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Dec 7, 2022

'고양이를 삼킨 보아뱀'은 어떻게 전세계 '뚱냥이'들을 홀렸나

[디자인에서 찾은 기회]①리틀

반려동물 스타트업 '리틀캣'의 반려묘용 체성분 측정기. '고양이를 삼킨 보아뱀'을 모티프로 디자인 됐다. /사진제공=한국디자인진흥원


반려동물용품 전문 스타트업 '리틀캣'은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The Little Prince)의 영어 단어 '리틀'과 고양이의 영단어 '캣'을 합친 사명처럼 어린 왕자 속 소재를 모티프로 고양이 등 반려동물 건강관리 용품을 만든다.


이 회사는 2019년 어린 왕자의 행성을 본뜬 IoT(사물인터넷) 기반 고양이 운동 유도휠 'B612 캣휠 플래닛'을 출시한 이후 반려묘용 체지방 측정기 개발에 애를 먹고 있었다. 고양이가 올라가 무게와 체지방 등을 재는 보통의 체중계처럼 만들어선 회사의 정체성인 어린 왕자 소재와의 서사적 연결이 부족한 탓이었다.


리틀캣의 난관을 해결한 것은 디자인이었다. 회사는 2018년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의 세대융합 창업캠퍼스 지원사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덕에 자연스럽게 KIDP가 주관하는 '디자인 혁신 유망기업 육성사업'에 응모했다. 중소·중견기업의 디자인 혁신전략과 디자인 중심 경영 내재화를 목표로 한 디자인 혁신 유망기업 육성사업은 △디자인 경영 역량진단 컨설팅 △신제품 개발비 지원 △글로벌 마케팅 △온라인 마케팅 및 전시 △성과 홍보 등을 3년 동안 지원한다.


리틀캣은 2020년 이 사업을 통해 디자인 경영역량진단을 받고 이듬해인 2021년 본격적인 디자인 지원을 받아 고양이용 체지방 측정기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발굴해 낸 어린 왕자 콘셉트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었다.


비대칭의 중절모처럼 측정기 한쪽을 낮췄고, 둥근 장소를 보면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고양이의 본능을 이용해 스스로 들어와서 체성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원형 디자인을 만들었다. 올 2월 코끼리 대신 고양이를 삼킨 보아뱀 형상의 제품이 완성되면서 회사의 정체성과 제품군 사이 디자인의 유사성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제품 디자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웠다. 올해에만 세계 주요 디자인 전시회인 독일 IFA(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와 프랑스 메종&오브제, 미국의 최대 반려용품 전시회 '슈퍼주'(SuperZoo) 등에 제품을 출품했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이후 급증한 '뚱냥이'(살찐 고양이) 문제가 비단 우리나라의 것만은 아니었는지 "적기에 나타난 제품"이라는 찬사를 들었다고 한다.


디자인혁신 유망기업 육성사업 지원 이전인 2019년 1억3545만원이었던 리틀캣의 매출액은 2020년 2억7006만원, 지난해 7억4909만원으로 급성장했다. 고양이 운동 기구 'B612 캣휠'은 미국과 UAE(아랍에미리트), 뉴질랜드, 태국 등 6개국으로 수출됐다. 특허권을 포함한 국내외 지적재산권은 총 43건을 출원 또는 등록됐다.


김대용 리틀캣 대표는 "반려동물용품은 생활소비재·인테리어 박람회인 메종&오브제에 출품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KIDP의 도움을 받아 '펫퍼니처' 라는 개념을 앞세워 제품을 출시했고, 그 결과 제품 전시 실적 중 프랑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어 "메종&오프제 출품 과정에서 나온 탄력적인 대응과 담당자들의 열정이 디자인혁신 유망기업 육성사업의 특징"이라며 "유사한 정부 지원사업에서도 이같은 탄력적 운용이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처=머니투데이

bottom of page